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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생 삶/먹고 마시고 생각하고

독일 미대생의 잡담: 잘 찍은 사진과 좋은 사진

by bora-rtist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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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은 해봤을 것이다.

<사진은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

우선 잘 찍은 사진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겠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사물 사람 풍경 등등을 화면에 옮겨 담을 수 있다. 또는 흔들리게 찍거나 빛을 과하게 혹은 적게 담아내거나 사진 효과를 주어서 실물과 다르게 찍을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잘 찍은 사진들” 이 존재한다.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든 기교를 써서 다르게 담아내든 잘 찍었다고 하는 사진들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소위 “예쁜” 사진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예쁘지 않은 것이든 평범한 것이든 세상에 존재하는 무엇이든 간에 예뻐 보이게 찍으면 적어도 못 찍었다는 얘기는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쁘다는 건 혹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건 아주 주관적인 판단이라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감히 내 생각을 펼쳐보자면…

예뻐 보이게 찍을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론 색감을 살리면 된다. 그리고 원하는 장면, 부분만 찍어내면 된다.

나름 깔끔한 서울의 길거리.. 개발 전,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 프레임 바깥엔 쓰레기 더미가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다 보니 약간 마음이 불편하다.. 나는 무슨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일까. 왜 나도 모르게 예뻐 보이게 사진의 구도를 잡고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보고 싶은 혹은 보이고 싶은 모습만을 담아내는 것일까.. 이게 잘못된 건 아닌데 괜스레 마음이 좋지 않다.

이번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은 나름 예쁘게 잘 찍었다고 생각이 드는데 내 작업이라며 보여줄 자신이 없다. 그냥 다들 찍는 예쁜 여행 사진이다. 땡전 한 푼도 없는 빈 명품지갑과 같다…

평화롭고 잔잔해 보이는 바다마을, 파란 하늘, 반짝이는 바다… 하지만 실상은 주차공간 부족으로 떠도는 차와 사람들 그리고 길거리의 쓰레기들로 정신없었다.

사진 구도가 어쨌고 조리개가 어쨌고 카메라 렌즈가 어쩌고 저쩌고… 나는 이런 게 왜 평가기준이 되는지 잘 공감이 안 간다.. 물론 학교에서 저렇게 토론은 절대 하지 않지만.. 그냥 내 개인적으로 사진 작업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

동생이 찍은 사진. 화질이 나쁘지만 내 기준으론 좋은 사진같다. 동생의 고양이와 그 마을 분위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 의도를 살리기 위한 연출은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있는 척하며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담아내는 건 그 의도가 불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고 모르겠다…. 요즘 아무 생각 없이 놀았다.. 곧 개강인데 큰일 났다^^;


*아마추어의 철저한 개인적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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