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참 예민한 동물이다. 호기심은 아주 많지만 변화를 싫어해서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스트레스를 받고 몸에 이상 신호가 온다.
나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데 오늘의 주인공인 아몬이는 둘째 고양이다. 아몬이는 아주 순하다. 첫째 고양이 찌부에 비하면 단순하다. 아몬이한테 물려본 적은 당연히 없고 그 흔하다던 하악질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3일 전부터 아이의 행동이 이상했다. 태어나서 화장실 실수를 해본 적 없던 야옹이가 배변 실수를 한 것이다!
처음으로 발견한 실수는 동생이 아침에 고양이들 밥을 줄 때였다. 고양이 화장실 앞에 실수를 한 건데 누구의 변인지 알 수 없던 상태였다. 두 번째로는 내가 부산에서 돌아오자마자 발견한 이상증세였다. 아몬이가 내 방문 앞에서 마치 화장실에서 응아 하듯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대로 석상처럼 굳은 채로 한동안 방문 앞에 있었다. 갑자기 너무 겁이 나서 아이를 안고 무슨 일인가 확인을 하고 혹시나 좀 전에 청소기를 돌려서 놀랬나
싶어 쓰다듬어주며 사랑한다고 얘기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화장실로 천천히 가더니 아까 방 문 앞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며 꽤나 오랜 시간 화장실 안에 머물렀다. 아이가 나온 후 난 그곳에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번엔 현관문 앞 신발 놓는 곳으로 가서 또 같은 자세를 한동안 취하다가 터덜터덜 자리를 옮겼다. 아몬이가 머물렀던 자리에 가서 확인해보니 갈색빛이 나는 액체가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고양이 변비” 증세와 비슷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식이, 특히 음수량이 적을 때 발생한다. 환경의 변화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여 배변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원인은 사람이 변비가 생겼을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아몬이는 물을 잘 먹는데… 변비가 왜 생겼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추측 건데 어떠한 환경변화가 일어나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어쩌면 주말 동안 나도 없고 동생도 없었어서 스트레스받지 않았을까 싶다..
월요일이 되자마자 동물병원으로 달려가 진찰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변비로 보셨고 주사와 약을 처방해주셨다.
집사 생활이 너무 오랜만이라 알약을 먹이는데 애먹게 생겼다.. 하지만 우리 둘째의 건강한 배변활동을 위해서 어떻게든 잘 먹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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